소설

사슴은 매일 물을 마시려 호수로 온다.

산 정상에서 호수는 아침의 햇살에 살짝 노란색으로 변한다.

이 호수를 사슴은 사랑한다. 매일같이 찾아도 즐겁고 단 물을 주는 호수를


호수는 사슴을 좋아한다.

사슴은 자신의 물을 먹는다.

하지만, 산에서 녹은 눈들이 다시 자신을 채워주는 것을 알기에,

또, 사슴이 자신의 물을 먹지 않으면 결국엔 흘러넘쳐 주변을 잠기게 할 것임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기에,



하루는 사슴이 호수를 찾지 않았다.

하루는 사슴이 호수를 찾지 않았다.

하루는 호수가 사슴을 찾지 않았다.

하루는 호수가 사슴을 찾지 않았다.


사슴은 호수에 대해 잊어버린 듯했다.

호수는 사슴에 대해 잊어버린 듯했다.


왜 잊어버렸을까?

둘은 싸우지 않았다.

둘은 미워하지 않았다.

둘은 싫어하지 않았다.

둘은 행복했다.

둘은 좋았다.


잊어버릴 수 없을 것 같던 둘 사이는,

산 정상에 있는 눈보다 빠르게 녹아져 사라졌다.


왜 녹아 사라졌을까?

짧은 아침 햇살에 사르르 녹아진 걸까?

아니다. 아침 햇살은 여리고 강렬하지만 짧다.

아침 햇살로는 둘의 사이를 녹일 수 없을 것이다.


왜 녹았을까? 

둘을 지켜보던 숲의 나무들은 고민했다.


고민했다.

.

.

.

.

.









아주 간단한 이유였다.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찾지 않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쩌다 한번

그러다가 점점 찾지 않기 시작했다.



왜 찾지 않았을까?


새로운 호수를 발견해서?

새로운 동물들이 자신의 물을 대신 먹어주기 때문에?


아니다.


만약에 사슴이 호수를 계속 찾았다면,

만약에 호수가 사슴을 계속 찾았다면,


둘은 녹지 않았을지 않을까?


그렇다.


이 일은 사소한 것에서 비롯됐다.

어느 날 하루는 사슴은 다른 호수로 물을 마시러 갔다.

어느 날 하루는 호수는 다른 동물들이 와 물을 마시기에 사슴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다. 


시작은 어느 날 찾지 않은 것이었지만,

점차 찾지 않은 것에서 망각으로 바뀌어갔다.

서서히 녹아 버린 것이다.


그렇다. 


아침 햇살같이 여리지만 강렬한 따스함에 점차 녹아버린 것이다.

아침 햇살은 짧지만, 하루 하루가 지나면 눈이 느낀 따스함은 점점 커져 간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들은 슬퍼하지 않았다.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이기에, 






호수와 사슴의 관계는 이제, 나무들만이 알고 있다.


나무들은,

바람을 통해, 나뭇잎으로 호수와 어느 한 사슴의 이야기를 말해주고 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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